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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최근 몇 년간 해외여행을 하지 못한 우리 부부에게는 아라비아해 크루즈 상품의 모객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여행 상품과 달리 크루즈 여행은 아내의 직장 관계로 시기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터라, 이번 현대크루즈관광의 아라비아해 크루즈 여행은 시기도 딱 맞고 여행지의 날씨도 한국의 초가을 날씨 정도라 하니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얼마나 기다렸던 해외여행이었던가! ‘모객이 안 되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꽉 찬 한 팀이 꾸려진 모양이다.
여행 가방 싸는 데에 능숙한 아내 덕에 이제 출발만 하면 되는데, 인천공항행 고속버스 예매를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뒤늦게 예매 사이트로 들어가니 1월 18일은 매진인 게 아닌가! 누구를 탓하지도 못하고 할 수 없이 서울로 가서 공항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인천공항 출발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불편한 점이 많다. 그러나 어쩌겠나? 멋진 여행을 위해서는 통과해야 할 관문이니...
아부다비까지는 비행 시간이 10시간 넘게 걸리는데, 사실 이코노믹석으로 10시간 넘게 비행하는 건 엄청 힘들다. 여행을 아무리 좋아해도 힘든 건 힘들다. 창가 좌석에서 거의 꼼짝하지 않고 자리를 지킨 아내는 움직이기가 힘들다고 괴로워하더니 마침내 장 운동이 멈추었는지 아부다비에 도착해서는 급기야 배탈이 나고 말았다. 첫날 숙소에서 잠도 한 숨 못 잔 아내는 다음 날 첫 관광 코스인 ‘두바이 프레임’에서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 가느라 사진도 찍지 못 했다. 다소 아쉬운 첫 스타트였지만 그 이후부터의 기항지 관광은 내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선상에서의 자유 시간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크루즈 여행 기간 내내 안전하고 알찬 진행을 위해 애써주신 이경석 인솔자님과 정승리 과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 까칠한 남편을 하나에서 열까지 다 챙겨준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분들과 즐거운 여행을 하게 된 것도 행운이지 않았나 싶다.
크루즈 여행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코스의 크루즈 여행도 계획해 보고 싶다.
버즈 칼리파를 뒤로 한 채 두바이몰 분수쇼를 보며 황홀해 하던 시간도 벌써 과거의 시간이 되어 버렸고, 마지막 날 아부다비 공항으로 가기 전 마트에 들러 장바구니에 쓸어 담은 대추야자도 이제 몇 알 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 부부의 첫 크루즈 여행의 추억은 두 사람의 마음과 서재 진열장에서 시간이 멈춘 채로 우리와 마주하고 있다.
벌써 몇 번째 넘겨보는 사진인지 모르겠다. 사진 속 우리 부부의 얼굴에는 그 어떤 근심도 없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탐험가마냥 호기심과 설레 임이 가득하다.
익숙치 않은 낯선 곳으로의 여행!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